인터뷰어 배명현
인터뷰이 배명현
- 예술인(또는 일반인)이 방역요원으로서 살면서 무엇이 달라졌고, 그로 인해 예술 전반에 대한 인식과 소비형태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경제적으로 성공, 독립한 뮤지션이 아닌 나는 본업인 연주나 창작활동이 아닌 다른 방식의 경제활동을 하기 마련이었다. 그 일환이 학교 방과후 강사 같은 다른 사람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졌고 잠시 다른 일을 찾아보다 예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고등학교 방역요원 채용에 지원했다.
본업인 뮤지션으로 살 때는 불규칙한 수입과 노동의 질에 더러 회의를 느꼈지만 방역요원은 정기적 수입과 4대 보험 등 회사에 버금가는 근무환경이 갖춰져 있었다. 근무시간은 한가한 낮 시간이고 노동 강도도 부담이 없어 본업에 방해가 되지 않았고 경제활동과 창작 사이의 알맞은 균형이 잡혔다. 시간 낭비와 스트레스를 받는 일반 아르바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환경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예술인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해야 한다. 그렇기에 좋은 장비를 사고, 수업을 듣고, 관람을 하는 등 내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한 투자 형태에 국한됐지만 이제는 좀 더 일반인과 같은 소비를 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업과 부업의 균형이 이뤄지고 수입은 늘어났지만 발전을 위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 교내 종소리, 말소리, 방송, 행정실과 음악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듣고 생기는 신체반응
-학교는 음악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종소리부터 시청각 자료의 배경음, 교가, 응원가 등. 같이 일하던 동료가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절대음감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교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학생들이 귀가하게 됐을 때 해당 학년 학생 전체가 신나서 지르는 괴성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끊임없이 누군가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고, 음악실에서 합창을 하고, 학교가 보유한 윈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관악기 소리에 파묻혀 있었다. 비말이 튀기 쉬운 관악기 임에도 멈출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같이 일하던 동료는 대수롭지 않은 듯 했지만 나는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현관의 자동발열체크기에서 흘러 나오는 Descending diminished 5th 음정(tritone)의 차임벨 소리였다. 7:5의 복잡한 비를 가진 음정 이다보니 중세 시절까지 악마의 음정이라 불리던 불협화음인지라 근무시간 내내 듣고 있자니 적응이 된 나로서도 고역이었다. 하지만 체온이 정상이면 좋은건데 왜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음정을 택했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모순적인 면면이 나의 창작 활동에 영향을 주었다.
- 초기 교내 확진자에 대한 정부와 학교측의 대응 차이
-정부 입장에서는 전교생의 1/3 등교와 확진자가 한명이라도 발생 시 전학년 하교를 지침으로 내렸지만 내가 나가던 학교는 2/3 등교와 확진자 발생시 한 학년만 하교 시켰다. 자율형 사립고의 자율적 판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1/3 등교에 전학년 하교는 조금 과한 대응이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교내 확진자는 발생했고 학교도 전학년 등교는 포기하게 되었다. 당연한 수순 같았다. 2022년 2월 중순인 지금 확진자가 5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또다시 전학년 등교는 불가능 하리라 생각한다.
- 급식지도 시 학생들을 지정 된 위치에 앉히기 위한 특정 동작
-비말로 인해 띄어 앉기를 실시하는데 체크판 형식으로 좌우로 한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그러나 급식판에 담긴 국이 흘러 넘칠까봐 조심하다, 또는 친구와 얘기 하느라 잠깐 한눈을 팔다 다른 자리에 앉게 되면 뒤에 따라오던 학생들도 잘못 앉게 되어 혼란이 빚어지는데 이걸 막기 위해 조금 과장된 목소리와 손짓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생들도 익숙해져 실수가 줄어들고 나도 어느 순간 손가락만으로 가리키거나 눈으로만 쳐다보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
- 밝으면서도 어두운 학교 분위기를 음악적 수사로 표현 한다면?
-일정 시간을 철저히 지켜 흘러가는 학사일정을 보면 Polyrhythm이 아닌 일정한 Pulse가 있는 Steve Reich의 Minimal Music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과 다르게 수업시간을 깎아가며 전학년 등교를 추진하고 고도의 자율성을 갖춘 모습을 보면 독자적이면서도 수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인도 음악 Raga의 특성도 느껴진다. 한편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2022년 현재의 사제간 세대차이와 가치관이 거울에 비치듯 정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은 Hugo Riemann의 Negative Harmony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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